목으로 넘어가는 코가래-후비루


후비루 사례 1

30대 중반인 ㅈ씨는 인테리어 회사에 다니는 커리어 우먼이다먼지가 많은 현장에서 잦은 외근을 하는 탓인지 항상 목에 가래가 생겼다. 처음에는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이라 생각했고, 약을 먹으면 증상이 덜해져 그냥저냥 지냈으나, 몇 년 동안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항상 증상이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녀는 항상 목에 뭔가가 매달린 듯한 느낌에 괴로워했고실제로 자주 가래를 뱉거나 삼키기도 했다. 의식을 하면서 일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신경을 거스르는 증상에 강제로 뱉어내려 무리를 하여도 목에 걸린 느낌은 사라지지 않고, 심하면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이 생겨났다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진행된 증상이 최근엔 더욱 심해져서 현장에 가는 일도 삼갔다계속 생기는 가래를 거리에서 함부로 뱉기도 그렇고 삼키기도 괴로워 힘들어했다. 병원에 가보면 신경성 후두염이라는 진단과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도 약간 덜해지는 느낌이지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ㅈ씨의 과거 이력을 들어 보니대학 시절에 비염과 축농증으로 인한 심한 코 막힘과 두통으로 고생하다가 하비갑개를 도려내는 수술을 받았다고 하였다그 후로 코 막힘 같은 증상은 개선되었지만콧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후비루 증상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강 내시경으로 본 그녀의 하비도는 심하게 뻥 뚫려 있었다. 이런 현상을 인터넷에서는 '빈 코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정식 병명은 아닌 것 같은데, 코안의 상태를 잘 설명해 주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후비루 진단

최근 하비갑개가 부어 막히는 경우, 하비갑개를 박피하여 부어 있는 점막을 줄이고 수술을 하고 코 막힘 증상을 해소하는 처치를 하고 래원하는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다. 요즈음은 하비갑개를 잘라내는 형태의 수술은 하지 않고, 레이저 박피를 하는 경우나 살짝 통로를 열어주는 형태로 수술하는 경우가 많아 하비갑개 전체를 잘라내는 경우는 흔치 않으나 20~30년 전 수술한 분 중에는 간혹 이런 코를 보는 경우가 많다.


후비루 진단결과

콧속에는 상비도중비도하비도라는 통로가 있고통로마다 상비갑개중비갑개하비갑개라는 문이 있다. ‘는 공기가 흐르는 통로이고, ‘갑개는 문이다비갑개가 열리고 닫히면서 콧속을 드나드는 공기 흐름의 양이나 방향 등을 조절한다.

그런데 ㅈ씨가 하비갑개 절개 수술을 받은 것은 ‘문이 고장 나서 잘 열리지 않는다고 문을 떼어내 버린 격이었다닫아야 할 때 닫을 게 없으니 지나친 바람이 들어와도 막을 수 없어서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후비루 관리

결과론적으로, 최대한 점막의 탄력을 회복시키는 처방을 하고 폐 기능을 강화하는 치료법으로 ㅈ씨의 후비루를 많이 줄이긴 했지만,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이런 경우라면 생활 속에서 갑자기 찬 기운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새벽이나, 겨울철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는 것이 좋으며, 온풍기가 나오는 사무실이나 실내에서는 가습기를 가까이 두어 코안 보습에 신경을 써야 한다그 상태에서 꾸준한 관리를 하기를 당부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래원하여 코 상태를 점검하도록 하고 치료를 종료했다.





후비루 사례 2

또 다른 환자의 예를 들어 보자. 50대의 가정주부인 ㄷ씨는 학생 때부터 찬바람을 맞으면 콧물이 나고 코막힘 증상이 있었다. 비록 비염으로 인한 불편함은 있었으나,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면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데 심하지 않으니 약 먹고 치료하면 된다고 하여 불편한 증상이 있을 때 치료를 받곤 하였다

그러나 40대에 이르러 코 막힘 증상은 덜하고 콧물도 줄어 들었으나, 목뒤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심하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조금씩 심해지고, 갱년기 증상과 겹치면서 본격적으로 목뒤로 묽은 가래 같은 것이 넘어가는 증상으로 발전했다. 이때쯤 몸도 무겁고, 머리도 맑지 않고 안개 속에 있는 느낌이 들면서 항상 감기 기운이 있는듯한 몸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짜증을 내는 현상이 생겨 부부간의 관계도 어색하게 되었다

가족들은 그렇게 아프면 큰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라고 해서 대학병원에서 종합검사를 받았으나 별다른 병명은 없이 만성적인 알레르기 비염이라는 진단만을 받게 된다. 이런 인해 우울증 약까지 먹게 되고, 특히 야간을 잠을 잘 때 목뒤로 걸린 가래 때문에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어 깨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한의원을 방문하여 진료받는 동안에도 주머니 속에서 휴지를 꺼내고 고개를 돌려 가래를 뱉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러 진단을 통해 비염으로 인한 후비루의 상태를 파악하고 설명해 드렸다. 이런 경우 비록 비염 증상이 심하지 않으나 오랫동안 진행되는 과정에서 점막이 약해지고 민감해져 콧물의 분비가 많아진 상태로 목뒤로 넘어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이 생기는 환자분들은 피부가 흰 편이며, 피부 아래쪽으로 혈관이 보일 정도로 곱고 약한 경우가 많다. 대체로 피부의 상태와 점막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경향이 많은데, 피부가 고운 사람들은 코안 점막도 약해 찬바람이나 먼지로 인한 자극에 약하고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분들은 추위를 잘 타고 몸도 날씬한 경우가 많다.


후비루의 진단과 치료 

한의학적으로 폐가 약한 사람들은 피부가 곱고 약하며, 추위를 잘 타는 사람들은 피부가 흰색이 경우가 많은데 폐한증이라고 표현하고 호흡기가 약한 체질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호흡기를 따듯하게 해주고, 말초까지 혈액순환을 개선해 비강 점막으로 혈액이 잘 돌게 되면 추위에 대한 저항도 생기고 정체된 수분도 순환이 되어 점막이 탄력을 찾게 된다. 이렇게 점막이 탄력을 찾으면 예민함이 덜해져 콧물을 분비도 줄어들게 된다

콧물이 분비가 줄어들게 되면 목뒤로 넘어가는 가래 형태의 콧물도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이런 만성적인 비염 증상은 가래가 목에 걸린다는 현상만을 없애기 위해 진해거담제를 처방하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좋아지는데, 그 상태에서 진전이 없거나, 약을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심해지는 과정이 반복되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그러므로 혈액순환을 개선하여 점막은 탄력을 회복시키고 수분의 정체를 풀어주는 치료를 같이 진행해 주어야 한다.

 

결론


코는 통로이자 과정이다폐로 가는 통로이자심장으로 가는 통로이고뇌로 가는 통로이다코를 통과한 공기는 폐에서 산소를 교환하고 심장을 거치 뇌와 온몸의 근육에 산소를 공급한다.

이 산소를 공급하는 관문에 문제가 생겨 원활한 산소공급이 생기면 우리 몸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항상 관문이 열려 있게 되면 체온조절이나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이물질에 대한 필터링을 할 수가 없어 면역기능에 이상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므로 기능이상이 생긴다면, 이상을 일으킨 현상에만 집중하지 말고 호흡기 계통 전체를 보고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코라는 기관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공기가 통과하는 통로로 작용하여 한시도 자극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서 쉽게 과로로 이어질 수 있고 노화가 빨리 진행될 수 있다. 제발 우리가 피부에 신경을 쓰는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코안 점막에 투자한다면 비염, 후비루와 같은 콧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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