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 2 


럼 현대 사회에서는 후각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자.

 

커피는 철저히 향이 우선하는 음료이다. 


좋은 커피는 향기만 맡아도 기분이 이완되면서 긴장을 풀어주고, 또 피로에 지친 신경의 감각을 적당히 세워준다. 술도 오래 숙성된 고급 술 일수록 향이 우선시 된다.

 

위스키나 꼬냑 같은 것들은 년 수가 오래 될수록 맛과 향이 부드럽게 깊어진다. 딱 한잔 정도의 좋은 술을 마시면 적당히 긴장이 이완되고 혈액순환이 촉진되면서 몸과 마음에 적당한 활력이 생긴다. XO급 정도 되는 꼬냑같은 좋은 술은 냄새만 맡아도 그런 효과가 나타난다.

 

좋은 차도 오감을 다 동원하여 마셔야 제대로 먹는 것인데, 향을 음미하는 것은 좋은 맛을 느끼기 위한 준비이자 차를 마시는 중요한 행위 자체이다. 좋은 차의 향을 마시면 찌들은 마음이 청소되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산사 같은 곳에서 만나는 향의 냄새는 눈을 맑게 하며 흐린 마음의 의혹들을 맑게 해 준다.

 

좋은 향의 냄새는 머리 깊숙이 막혀 있던 것들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좋은 음식일수록 향이 우선 된다. 좋은 음식점이나 제과점 앞을 지나갈 때는 저절로 식욕이 돋게 하는 냄새가 우리를 유혹한다. 이미 충분히 배가 불러도 더 먹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이렇게 현대적 후각은 과거 나를 위협하는 존재의 접근과 같은 특정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역할보다,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우리의 몸을 이완시켜주는 작용을 하게 된다.

 

코를 통해 인지된 방향성 물질은 후각신경을 자극하여 대뇌 후두부의 후각감각영역으로 가는 도중, 식욕, 성욕이나 슬픔, 기쁨과 같은 본능적 욕망과 관련된 작용을 하는 변연계란 부위를 자극하고 가게 된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변연계를 자극하는 감각은 후각이 유일하다. 다른 시각이나 청각은 대뇌에 먼저 인지된 후 그 정보를 분석하고 변연계로 정보를 보내주는 반면, 후각의 경우 직접적으로 변연계를 자극하기 때문에 그 자극강도가 강할뿐 더러 빠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본능적인 감들은 대부분 후각을 통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사랑도 페르몬 같은 상대의 체취에 무의식이 먼저 작용하면서 이끌리게 된다. 

어떤 이성적 사유 이전의 끌리는 행위인 것이다. 괜히 좋아지는 이성이 유독 있다면 상대의 페르몬이 나의 본능과 코드가 맞았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런 이성을 만나게 되면 사소한 의견 차이 같은 것들은 저절로 극복될 것이다.

 

소위 궁합이 잘 맞는 경우이다. 로미오와 줄리엣같이 첫 만남에 자석의 반대극처럼 유독 상대에게 끌리는 이유가 보이지 않는 서로의 냄새가 작용했으리라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카사노바 같은 이는 모든 여성에게 끌리니 그가 풍기는 폐로몬 향이 강하다던가 여성들이 좋아하는 형태가 아닐까?

 

향수의 발달이 단순히 몸에서 나는 냄새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일차적인 생각일 것이다. 향수는 위장하여 이성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보아야 한다. 이성이 좋아할만한 냄새를 풍기게 함으로서 쉽게 나에게 우호적 호감을 유도하는 행위이며, 이러한 현상은 꽃이 향기로서 나비를 유혹하여 자신의 꽃가루 수정을 원활히 하는 것처럼, 향기를 통하여 생식과 자손 번식이라는 행위를 원활히 하는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잘못되어 남발하게 되면 원래 본인이 가진 고유의 페르몬과 섞여져, 다른 향으로 착각하게 되고 실제로 자신과 맞지 않는 이성과 착각에 의해 사귀게 될 수도 있다. 현대에 유독 잦은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가 코가 가진 본능으로 선택하지 못한 만남들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면 너무 무리가 가는 주장일까.

 

실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예가 있는데, 미국에서 15년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부부들을 상대로한 설문조사에서 거의 다수가 첫눈에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끼고 반해 사귀고 결혼했다는 연구결과를 본적이 있다. 이성적으로 잦은 만남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사귄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상대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진정 자신과 잘 맞는 이성을 찾기를 원한다면 지나친 향수의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본래 가진 향을 더욱 증폭시키며 잘 꾸미게 해줄 자신과 맞는 향으로 가볍게 치장하는 정도가 좋을 것이다.

 

온갖 진한 화장과 갖은 인공적인 냄새가 뒤섞인 이성을 대했을 때는 대부분이 거부감이 앞설 것이다 이런 상황은 마치 그림을 잘 그리려고 너무 많은 색을 혼합하다 보면 결국엔 검은색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이치가 다시 생각난다.

 

커피든 술이든 담배든 사랑이든 사람을 중독 시키는 것들은 모두 나름대로 독특한 향이 있다. 그 향은 코를 통해 전달되고 코를 통해 뇌에 기억된다. 기억된 것 중 간절히 원할 만큼의 위력을 가진 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다시 찾게 만든다. 괜히 그립고 끌리고 자신도 모르게 몸이 거기로 향한다. 결국 중독되어 지는 것이다.

 

또한 코는 미래에 대한 예지력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후각이 발달된 동물에게서 나타난다고 하는데, 지진에 일어나기전 동물들의 이동이나, 침몰하는 선박에서 쥐의 이동등은 후각에 위치한 야콥슨 기관이라는 곳을 통하여 인지한다고 한다.

원래 인간의 경우에도 원시인 시대에는 예지력이나 직관력이 현재보다 발달하였을 것으로 예상을 하나, 지금은 코의 기능이 퇴화하면서 그런 예지력도 퇴화되고 야콥스기관은 흔적만으로 남게 되었다.

 

이렇듯 코는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교차로인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얼굴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것 같다. 시각, 청각, 미각을 맡는 눈, , 입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내부적으로도 다른 오감기관과 다 뚫려, 속으로 연결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코는 오감의 중심에 있는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인 것이다.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