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 나의 잡생각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고 세상을 보는 시선과 해석도 많이 바뀌는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제목처럼 동일한 하나의 사건이 시간에 따라 맞고 틀림이 바뀌는 것이 인생이다.


 이 영화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란 두개의 소제목을 채택하고 있다. 무엇이 제목이든 우리의 인생은 세상이 바뀌어서 그런지, 아님 세상은 그대로인데 내가 바뀌어서 그런지, 예전에는 그렇게 믿고 확신했든것이 지금와 보니 쉽게 바뀔수 있는 일이 되어 버렸다.


이런 신념없는 인생을 살다보니, 한번씩 방문하는 한티성지에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위해 죽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의지나 믿음이 강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못하겠는데,,


종교재판에 회부된 갈릴레이는 고문과 화형의 위협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으며, 재판장을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속삭였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얼마나 현명한 방법인가? 내가 주장을 번복한다고 팩트가 바뀌는 것도 아니도 내가 인식한 학문적 바탕이 없어지지도 않는데.  어차피 과학적 업적을 종교적 잣대라는 다른 기준점을 들이대는데, 그리고 그 주체가 막강한 권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너무 비겁한걸까? 


그런데 세상을 살다보니, 내가 아는 세상과 움직이는 세상은 많이 다른 것 같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각자의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점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인터넷의 보급이후, 일부만 가지고 있던, 주로 기득층이 가지고 있던 정보의 공유화가 급격히 일어나면서 이런 현상들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다변화 되어 가는 것 같다.


이런 세상속에서 내가 아는 사실이 진리이고 정의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겠는가?


더군다나 나, 개인의 경제적 이권과 일신의 안일함에 대한 이기적인 욕심이 묻어 있는 시선이라면 더욱 보편적 진리로 부터 멀어지는 것 같아서, 사소한 결정에도 많은 갈등이 넘쳐난다.






이럴때 한번씩 읽어보는 짧은 우화가 있다.



홍수에 휩쓸린 한 신앙심 깊은 남자의 이야기

 

집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자 그는 하나님이 자신을 구해줄 거라고 확신하고 기도를 시작한다. 결국엔 지붕에 까지 올라가게 되었으나 기도를 중단하지 않았다. 작은 배를 탄 두남자가 물에 잠긴 집 옆을 지나가다 그를 구해 주겠다고 소리쳤다


그는 거절했다. “하나님이 구해주실거요.” 그가 외쳤다.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을 때 모터보트를 탄 사람이 다가와서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사양하겠습니다.” 그는 대답한다. “하나님이 구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마침내 민방위대의 헬리콥터가 하늘을 날며 사다리줄을 내려뜨린다. 이제 물은 그의 목까지 차올랐지만, 사내는 헬리콥터에 대고 그냥 가라는 손짓을 한다. “하나님이 구해주실 겁니다.” 이렇게 헬리콥터에 탄 대원들에게 소리친다. 그러나 잠시 후 물은 그의 머리를 덮었고, 그는 잠깐 바둥거리다가 익사한다.


그런 다음 그는 하늘나라에서 하나님 앞에 서 있다. “주님, 왜 저를 구해주지 않으셨나요? 제 믿음은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저를 죽게 내버려 두실 수 있죠.?” 그가 따져 묻는다. “너를 죽였다고?” 하나님이 노해서 소리쳤다. “나는 네게 노 젓는 배도 보냈고, 모터보트도 보냈고, 헬리콥터도 보냈다. 대체 넌 무얼 기다리고 있었나?”






나는 이 우화를 매우 좋아한다.  


우리가 믿고 있는 종교적 절대자인 '하느님'이나 '진리'는 항상 우리 주변에 있으며, 우리에게 다양한 메세지를 보내며 우리의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며 '하느님'이 주시는 메세지를 계속 자신이 유리한대로 해석하면 살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다.


  또한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가족, 형제, 친구의 메세지도 자신의 입장에서 유리하게 왜곡해서 해석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고민이 우리주변 관계를 좀 더 부드럽고 깊은 사이로 만들어 줄 것 같다. 


찬바람이 부니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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