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방독면 - 만성 비후성 비염.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비염의 증상은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가 날 때는 연속적으로 하며, 간혹 코와 눈에 가려움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코막힘이 계속 이어져 생활하는데 지장을 주는 경우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형태의 비염은 여러 종류의 비염중 알레르기성 비염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로 볼 수 있으며 만성 비후성 비염의 증상과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성 비후성 비염의 경우에는 가장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증상이 코막힘이며, 콧물로 인한 불편함은 잘 못 느끼는 경우도 많이 있다. 콧물은 맑은 콧물보다는 끈적끈적한 콧물이나 누른 콧물이 나오기도 하고 목뒤로 가래형태로 넘어가며, 목에 걸려 컥컥거리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코안의 점막상태를 확인해보면, 알레르기성 비염인 경우 주로 점막이 창백하고 부은 상태로 맑은 콧물이 고여 있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비후성 비염은 점막이 붉은 형태나 빵빵하고 탄탄한 모습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를 보이게 되는데, 바위 돌처럼 울퉁불퉁하거나 혈관이 충혈 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어찌되었던 점막이 부으면서 공기가 통과하는 통기로를 좁히거나 막아 코막힘 증상이 생기고, 콧물이 원활하게 넘어가지 못하는 상태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서양의학에서는 비후성 비염을 감염성이냐 비감염성이냐로 보는데, 감염성의 경우 감기와 같은 외부감염이나, 급성비염이 반복되면서 낫지 않은 경우를 말하며, 비감염성은 전신질환, 비강구조 이상, 비강종양, 자율신경계 불균형, 호르몬 이상, 약물 등을 원인으로 본다. 이러한 원인들로 인해 점막내 염증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점막이나 비갑개가 두꺼워지면서 비후되고, 통기로를 좁게 만들게 되면, 이차적으로 코막힘(비폐색), 콧물(비루), 후각 장애 등이 발생하게 된다.
비후성 비염의 증상
비후성 비염의 경우, 원인에 관계없이 증상의 심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환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증상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가장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이 코막힘 증상이며 콧물, 후각 장애 증상도 동반되어 발생할 수 있다. 코막힘은 보통 좌우가 교대로 막히며 누으면 아래쪽이 막히는 경우가 많고 심할 때에는 양쪽 코가 모두 막혀 코로 숨을 쉬는 것이 힘들어지므로 환자는 입으로 숨을 쉬게 된다.
그런데 실제 임상에서 만나는 상당수의 환자분들이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전부터 점막이 비후되어 왔음에도 불편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점막이 조금씩 부으면서 통기로가 좁아지더라도 완전하게 막히지 않으면 코막힘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 몸의 혈관 내에 콜레스테롤이 조금씩 쌓이더라도 증상을 못 느끼다가 완전히 막히면서 혈액순환이 안 되면 그 순간 증상으로 나타나듯, 코도 완전히 막히기 전까지는 작은 틈새로 공기가 통하기 때문에 약간 답답한 느낌 정도가 있고, 한 번씩 한숨 쉬듯 깊은 숨을 쉬뿐 코막힘에 대한 심한 불편함을 못 느끼게 된다.
그러나 점막이 붓은 상태가 지속되면 약간의 자극, 음주나 찬바람, 스트레스로 인해 코막힘이 생기게 되고, 초기에는 쉽게 사라진다. 그러나 점막이 지속적으로 부으면서 비후된 상태가 이어지면 코막힘증상도 자주 나타나고, 며칠씩 계속 지속되는 상태가 이어지게 된다. 이때쯤이면 점막이 비후되어 공기가 들어가는 통로를 거의 70%이상 막고 있는 상태가 된 것으로 보면 된다.
병력을 자세하게 물어 보게 되면, 코막힘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부터도 통기로가 좁아지는 과정에서 숨을 쉴 때 답답함이라던가, 지속적인 산소부족으로 만성적인 피로감,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은 등의 증상이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주 코막힘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이나 숨을 쉴 때 답답한 느낌, 두통이나 만성적인 피로감이 생긴다면 비록 코막힘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비후성 비염의 진행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비후성 비염의 악화 - 축농증
콧물은 동반된 질환에 따라 증상이 맑은 물 같은 콧물부터 화농성 콧물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비강의 분비물이 후비공(뒤쪽 콧구멍)으로 흘러내려 불편함을 유발하는 후비루 증상도 동반할 수 있다. 특히 후비루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비염증상이 상당히 만성적인 상태로 진행된 상황을 의심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약물치료를 해도 별로 호전되지 않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비후성 비염의 경우는 내시경을 통한 비강 점막을 보는 것만으로 쉽게 진단할 수 있으며, 환자의 자세한 병력 및 증상에 대한 문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치료의 목표는 비후된 점막이나 비갑개의 공간을 줄여 공기가 통하는 통기로를 확보해서 코막힘 등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다.
한의학적 관점
동의보감의 코막힘(비색)에 관한 내용을 보게 되면 ‘鼻塞皆屬肺<綱目>○寒傷皮毛則鼻塞不利火鬱淸道則香臭不知新者偶感風寒鼻塞聲重流涕噴嚔宜羌活冲和湯參蘇飮(並見寒門)久則略感風寒鼻塞便發宜淸金降火凉膈散(方見火門)加川芎荊芥白芷<入門>’라고 언급되어 있는데, 이러한 내용의 경우라면 만성화된 비후성 비염의 형태라기보다는 급성비염이나 만성 단순성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증상에 대한 언급으로 보아야 하며, 실제 임상에서 나타나는 만성 비후성 비염의 경우라면 비연의 언급된 내용과 좀 더 유사하다 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의 비연에 대한 내용은 ‘鼻淵者外寒束內熱之證也<正傳>○鼻流濁涕者屬風熱也<回春>○鼻淵宜黃連通聖散防風湯蒼耳散荊芥連翹湯○一人鼻流濁涕有穢氣脉弦小右寸滑左寸澁先灸上星三里合谷次以酒芩二兩蒼朮半夏各一兩辛夷細辛川芎白芷石膏人參葛根各五錢右剉分七貼服之全愈<丹溪>○鼻中常流臭黃水甚者腦亦痛俗名控腦砂有蟲蝕腦中用絲瓜藤近根三五尺許燒存性爲末酒調服卽愈<正傳>’라고 되어 있어 축농증에 대한 증상과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원인이 주로 한기가 오래되어 내열로 바뀌어 생긴다는 기전이나 치료목적이 청열강화에 있다는 것이 비후성 비염의 치료에 좀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비연이라는 것은 콧물이 끊임 없이 흘러내리는 것을 묘사한 것인데, 점막 안이 비후되어 통기로가 좁아지게 되면 안쪽의 콧물이 정체되면서 누렇게 오염이 되고 축농증으로 진행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원인이 점막이 비후되어 일어나는 합병증으로 보게 된다면 만성 비후성 비염의 적절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비후성 비염의 치료 방법
이런 비후성 비염의 경우, 점막이 부은 상태로 환기가 되지 않은 상태가 되면 안쪽으로 콧물이 정체되면서 오염이 되어 축농증의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한약처방을 하여도 되고 항생제를 처방하여 치료할 수 있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치료되는 과정에서 점막의 붓기가 빠지면서 고인 콧물이 흘러내리고 환기가 되고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점막이 비후되어 통기로가 좁은 상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약이든 항생제든 복용할 때는 증상이 좋아지는데 약복용을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악화되고 누런 콧물이 고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항생제를 사용하면 2~3일정도만에 코안의 누런 콧물이 없어지고 맑은 콧물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비강내 혐기성 세균들이 항생제에 의해 제거되는 상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콧속에 점막이 붓고, 그 사이로 맑은 콧물이 끼어 있는 상태가 되어 환기가 되지 않게 되면 바로 세균의 번식이 활발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누런 콧물이 없어지는 것을 주목할 것이 아니라, 붓기가 빠져 바람이 통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환기가 되고 코막힘이 없다는 것은 점막의 붓기가 빠지면서 정체된 콧물이 흘러내린다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세균들이 자라날 수 없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환기가 되는 환경을 계속 유지해주면 코안의 점막상태는 정상적인 상태로 서서히 돌아가게 된다.
만약 항생제를 중단하게 되면 다시 균들이 자라나는 환경이 형성되어 누른 콧물들이 다시 보이게 되면, 겁이 나서 항생제를 중단하지 못하고 계속 복용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는 데 이런 상태가 한달 정도 지속되면 환자분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가 된다.
항생제를 중단하자니 축농증이 두렵고, 계속 복용하자니 몸이 괴롭고..
비후성 비염의 치료과정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에 비후된 점막을 가라앉혀 공기가 통하도록 해주는 치료를 하게 되는데, 점막 속으로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충혈되면서 정체된 점막을 진정시키는 약재를 사용하게 되는데, 위에 언급된 방풍통성산이나 형개연교탕과 같은 처방이 하는 역할이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이런 약을 처방하게 되면 이삼일정도만 지나도 코막힘 증상의 개선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때는 증상의 호전이 나타나는 것이지, 치료가 된 것은 아니다. 실제 코안을 들여다보게 되면 꽉 막혀 있던 통기로가 살짝 열리면서 공간이 생기게 되면서 숨쉬는 것이 편해지고 불편한 증상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정상적인 통기로의 10~20%정도가 열린 상태이며, 염증이나 자극으로인 해 부은 점막이 가라앉으면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그러므로 찬바람이 먼지 같은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면 금세 다시 코막힘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비록 코막힘증상이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비후된 점막의 붓기가 충분히 빠져 통기로가 여유롭게 확보되지 않으면 치료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언제든 재발의 가능성이 가지게 된다. 그래서 만성 비후성 비염의 경우라면 전체적인 치료기간이 3달 이상 걸리게 되는 것이다.
한약 복약을 통하여 점막의 붓기를 가라앉히는 과정에서 코안쪽 점막에 대한 관리도 소홀하면 안 되는 것이 코는 항상 공기를 접하기 때문에 점막이 좋지 않은 먼지나 온도에 의한 자극에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후성 비염의 경우, 코점막이 충혈 되면서 건조하여 민감한 경우가 많은데, 수시로 코안의 촉촉함을 유지하기 위해 스프레이류나 연고를 발라 보습작용이 유지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이러한 연고는 일반적인 경우 어성초추출물로 만든 연고를 사용하며, 건조함이 심하여 코피가 잘 나는 경우라면 자운고를 사용하고, 상처가 잘 생겨 수시로 허는 증상이 생긴다면 황련고와 같은 연고를 사용하여 새살을 돋게 하고 열을 내려주는 치료를 같이 하게 된다.
결론
만성 비후성 비염의 경우 비염이 오래되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고, 주로 중년에 나타나기 때문에 관리를 소홀하게 되면 점막이 급속하게 퇴행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신중히 치료할 필요가 있는 질환이다. 또한 본인이 불편한 증상을 느끼는 경우라면 이미 만성적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꾸준히 치료하면 생활 속 관리을 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